본문에 앞서 사족부터 한 마디. 내가 온라인에서 독설가로 알려져 있는 측면이 약간 있는데, 사실 내가 온라인에서 열 내가면서 논쟁하는 경우는 대부분 독설에 대한 비판이다. 나는 사람이든 회사든 집단이든 누군가를 비난할 때는 그에 걸맞는 충분한 근거와 논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런 논리가 부족한 비난을 보면 그 비난을 비난하면서 비난 받았던 대상에 실드를 쳐준다. 다음은 최근에 내가 SNS에서 실드를 쳐줬던 대상들이다.
- 티맥스 윈도우 - 티맥스 윈도우가 실체 없이 마케팅으로만 써먹는다는 비난에 실체가 있다고 반론. 결과적으로 티맥스는 윈도우 개발에 쏟은 비용 때문에 (거의) 망했는데도 가짜라는 비난을 들었다. 이 논쟁하면서 kldp에 정나미가 떨어졌다.
- 티몬 - 소셜커머스 비즈니스 모델이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날 것이며, 업주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비난에 반론
-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 - 공식 발표를 읽어본 결과 확정 증거가 없었고, 이후 김인성 교수의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서 근거가 충분치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남.
- 요기요를 비롯한 배달 비즈니스 - 음식점 점주 착취하는 비즈니스라는 비난에 반론.
- Toss.im - 아이폰앱이 리젝당한 것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자 누가 제대로 안해서 리젝당했다고 비난. 나는 앱스토어 심사 기준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
- 나경원 유류비 5800만원 지출 - 대형차로 2년 동안 열심히 돌아다니면 유류비 그 정도 나올 수 있다고 실드.
티몬과 요기요는 내 이익과 관련이 있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둘다 내가 시발시발하면서 퇴사하고 난 이후에 실드를 쳐준 것이다. 그 정도로 나는 부당한 비난을 싫어한다. 특히나 열심히 노력하는 스타트업을 별반 세상에 기여한 것도 없는 사람이 입으로만 조잘조잘 씹으면 졸라 짜증난다.
희승사화는 일본사는넘님이 등장하면서 내가 끼어들 필요가 없어서 구경만 했는데, 지나고 보니 역사의 한 순간이 되어 좀 아쉽다. 병맛 개징징들 자근자근 씹어줄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리고, 이번엔 우버다.
페이스북에도 쓴 바 있는데, 우버에 대한 비난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 A: 우버 나빠요.
- B: 뭐가 나쁜가요?
- A: 불법이에요.
- B: 그건 아직 법규가 변화를 수용하지 못해서 그런 거 아닌가요? 법규를 고쳐서 합법화해서 안전도 강화하고 세금도 걷으면 되잖아요.
- A: 우버는 나쁘니까 합법화해줄 가치가 없어요.
- B: 뭐가 나쁜데요?
- A: 불법이에요.
대부분의 비난은 이 틀 안에 들어온다. 그나마 최근 이 틀을 넘어선 비난이 하나(서울시-우버 논란이 우리에게 던진 3가지 질문) 등장하긴 했다. 이 글은 뒤에 다시 반론하기로 하고, 먼저 불법 논란을 살펴보자.
우버는 정말 불법인가?
내가 법률을 잘 아는 건 아니라서 확신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한국 우버의 첫번째 비즈니스 모델인 리무진 회사와의 계약 방식은 리무진 회사의 서비스만큼만 불법이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우버는 한국에서 처음 서비스할 때 리무진 회사와의 계약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버앱으로 손님을 받으면 리무진 회사의 기사에 연결시키고, 그러면 리무진 회사에서 차를 보내줘서 여객을 운송하는 것이다. 리무진 서비스는 장의차로도 이용되고 이건 법에서 명시가 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외에 웨딩카, VIP 운송, 커플들을 위한 이벤트 등에도 많이 쓰인다. 이런 서비스가 합법이라면 우버는 이 리무진 서비스를 연결시켜주는 것 뿐이기 때문에 똑같이 합법이 된다. 그래서 나는 합법인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게 불법인 것 같기도 하다. 근데 그렇다면 웨딩카도 죄다 불법이라는 이야긴데 좀 납득은 되지 않는다. 아무튼, 설령 불법이라고 한들, 우버가 추가한 불법이 아니라 원래 있었던 불법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원래 있었던 불법을 이용한다고 해서 죄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나, 적어도 불법을 조장한다는 식의 비난과는 거리가 있다. 우버보다 우버랑 계약했던 MK리무진이 먼저 고발당한 것을 보면 리무진 서비스 자체가 불법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이렇게 리무진 회사들이 고발당하면서 우버는 리무진 회사로부터 계약을 해지당했고, 그 결과 두번째로 기사와의 직접 계약을 시도했다. 차는 렌트카에서 렌트하고, 기사를 고용하는 것이다. 이건 현행법상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렌트도 합법이고 대리기사는 합법인데, 렌트카를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게 합법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법정 싸움까지 가봐야 아는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어쨋든 우버는 최근 서울시가 불법이라고 공격한 것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반론하지 않고 법이 못 따라가고 있다는 반론을 펼친 것으로 볼 때, 법정 싸움까지 가면 우버가 질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므로, 일단은 불법으로 간주해도 될 것 같다. 그래서 이 부분은 내 의견을 수정한다. 우버는 불법이다.
우버는 의도적으로 불법을 저지르고 있나?
여기서 하나 더 짚어야 할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지금 우버 비난자들은 불법이라는 비난을 넘어서서 악의적으로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까지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버의 행적을 보면 그렇지 않다. 우버가 한국에서 처음 서비스할 때 왜 직접 기사와 계약하지 않고 리무진 회사와 계약했을까? 직접 계약하는 게 비용은 훨씬 적게 드는데도 말이다. 당연히 그 이유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하고 싶었기 때문 아니겠는가. 불법보다 큰 리스크는 별로 없다. 우버가 한국에서 사업할 의지가 있는 이상 최대한 법 안에서 해결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악의적인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티몬이나 배달의 민족에 쏟아졌던 비난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냥 악덕기업으로 몰아넣고 비난하면 쉬우니까. 배달의 민족이 소비자들에게 어떤 이득을 줬는지, 배달의 민족과 계약한 음식점들이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지는 관심 없다. 그냥 나쁜 점 하나를 잡았으니 그 때부터 때리기 시작하면 된다.
우버는 불법이니까 금지해야 하나?
위의 두 주제는 사실 핵심이라기보다, 우버에 쏟아진 비난에 대한 반박이다. 불법 논란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불법이라는 이유로 금지해야 하는가?